'한 자녀 갖기 운동'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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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매일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구는 힘인가 짐인가? 인구대국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만약 우리 중 누구든지 베이징 거리를 찾게 된다면 절로 '진짜 사람 많다'고 탄성하게 될 것이다. 사람 다니는 길에서 정체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가? 그러고 보면 중국 지도자의 힘은 대단하다. 건국 초기 4억5천만명(1949년)이던 인구를 불과 50년 만에 13억으로 불렸다. "인구는 국력이다"는 마오쩌둥의 계시, 경쟁적 출산을 조장한 것이다.
마오쩌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흑묘백묘론의 덩샤오핑 중국이 등장하면서 강력한 인구 억제정책이 시행되었다. 초기에는 "3명은 많고, 1명은 적고, 2명이 적당하다"고 선전하다가 급기야 "한 자녀 갖기" 운동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벌금, 출산배정제, 상호감시, 강제유산 등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한족의 경우 첫째아이가 남자인데도 둘째를 낳으면 3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농촌지역은 매년 출산인원이 할당되는데 출산이 허락된 가정에 한해서만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출산배정을 받지 못한 가정에서 아이를 갖게 되면 이를 감시하고 있던 부녀연맹에서 강제유산 시켰다. 둘째를 낳게 되면 벌금을 내지만, 셋째부터는 호적조차 가질 수 없다.
강력한 인구 억제정책의 영향으로 1980년대부터는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둔화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농촌지역의 인구 증가였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퇴직도 없고, 퇴직금도 없기 때문에 노후 양로를 위해서 가족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 농촌에서는 현지의 인구 억제정책 조사를 피해 고향을 떠나 아이를 낳아 사는 일명 '출산유람대'를 형성하면서도 다산을 고집하고 있다. 문제는 농촌지역에서는 학교 교육이나 기타 복지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질적 수준이 낮은 노동력이 만들어진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농촌지역의 인구증가는 전체 국민의 질적 수준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인구정책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 등 베이징 명문대학에서 피임기구 자동판매기 설치문제로 인해 논란이 빚어진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설치 반대론자들의 주장 중에 '우수한 엘리트의 종족확산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양회 기간 동안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한 자녀 정책의 변경을 촉구하는 안이 나왔다. 발전하는 중국에 있어서 인구는 더 이상 소비(人口)대상이 아니라 생산(人手)수단이라는 것이다. 한 중국인의 말을 빌리면 중국 사람 1인이 하루 한톨의 쌀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중국 정부는 13억톨의 쌀을 준비해야 하지만, 13억 인구가 하루 1위안을 번다고 계산하면 전체 중국은 하루 13억위안을 생산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몇해 전 중국이 유인 우주선 선주 6호의 발사에 성공했을 때 일부에서 거대한 투자비용의 적실성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자존심을 사는데 1인당 1위안을 지출했을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중국 인구가 몹시도 탐스러운 것은 단순한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