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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혁명과 금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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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매일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전에 베이징을 다녀왔다. 사람 좋아하는 중국친구들, 오랜만에 찾아 온 지인을 대접한다고 제법 근사한 식당에 초대를 하더라. 요리가 상에 오르고 술이 몇 순배 돌았다. 왁자지껄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전에 없이 식사 중에 한사람씩 차례로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뭔가 미심쩍어 이유를 물었더니 담배 때문에 화장실에 간다고 실토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되었다고 설명했다. 듣는 순간 고소를 터뜨렸다. "금연! 정말입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 담배 안 피우는 나를 두고 소위 중국식 '도리'를 설파하며 담배를 권하던 그들이었다. 만남의 첫 번째 예절이 담배를 권하는 것이고, 거절은 상대에 대한 무시라고 구구절절 설명했었다. 권하는 담배를 거절하면 값싼 담배이기 때문에 거절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협박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만난 후 담배를 먼저 내밀고 말을 건네거나 장유유서, 부자지간 상관없이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사회생활이나 사교교육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담배라고 가르쳤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친구들의 태도이다. 아는 상식으로 최소한 지금까지의 중국인들은 남이 피우지 말라 한다고 피우지 않을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사스가 발생하여 중국전역이 죽음의 공포에 빠졌을 때의 일화이다. 사스가 사람들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보도가 있고 나서 베이징 시당국은 거리에서 침을 뱉는 사람에게 20위안의 벌금을 징수한다고 발표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침을 뱉던 시민 한 사람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었다. "20위안입니다." "왜요?" "침 뱉으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공권력에 너무나 순종적인 중국시민, 40위안을 쥐어 주고는 침을 한 번 더 뱉고 가더라는 이야기다. 그런 중국인이 정부의 돌발적인 금연조치에 순응한다?

중국인에게 담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단순한 기호식품의 차원이 아니라 지난 세기 동안 중국인과 동고동락을 함께 한 동지였다. 문화대혁명이라는 공포의 기간 동안 닫혀버린 중국인의 입술을 열었던 유일한 촉매제였다. 집단노동이 이루어지던 혁명시기의 중국들판, 일손을 놓은 농부들은 농사일 대신 논둑에 앉아 정치토론에 열중했다. 그 때 흡연은 농기구를 놓을 수 있는 명분이자 위안이었다. 담뱃불을 댕기는 것은 정치토론의 시작이자 혁명의 일환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네 것 내 것이 없는 세상, 굳이 내가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의 중국인에게 흡연은 유일한 동반자였던 것이다.

한편으로 흡연은 아픔이기도 했다. 아편전쟁이라는 망국의 치욕을 가져오기도 하고,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내몰기도 했다. 어른들이 흡연혁명에 몰두하는 동안 아이들은 황량한 들판을 돌아다니며 "모내기전투에 참여하자"는 구호를 외쳐야 했다. 어른들에게는 일을 않게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못하게 만든 원흉이었다.

그래서 이번 '금연조치'는 중국인들의 특별한 혁명이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사스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발적으로 동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벌금 때문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다. 올림픽을 위해 금연해야 한다는 묵시적 동의도 있다. 어쩌면 이번 금연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난 몇 세기 동안 상실했던 중화민족의 자존심을 찾으려는 금연혁명일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깨어난 중국,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중국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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