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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시험때 완장차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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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매일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험기간, 베이징의 중등학교 주변에서 의레 볼 수 있는 광경이 완장을 찬 학부모들의 부산한 모습이다. 이유를 물으면 자식들 시험에 방해가 되는 모든 위험물을 차단하기 위해서란다. 재미있는 것은 감시하는 학부모들의 비장함이고, 일반 행인들의 수긍이다. 또 다른 일상의 모습을 보자. 최신 기종의 산악용자전거를 탄 아이가 씽씽 달리는데 그 뒤로 낡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엄마가 낑낑거리며 따른다. 서양 패스트푸드점의 정경이다. 한껏 벌린 아이의 입에 며칠 품삯의 햄버거가 물려있고, 맞은편 자리에는 자신의 배 주린 걸 잊은 부모가 연방 벙글거리고 있다.

최근 보도된 일간지의 기사를 소개하면 이 난해한 장면들을 이해하기 쉬울 게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소비는 아까워하지 않는다. 동등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집안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아이가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역시 집안 형편에 상관없이 유명 메이커의 옷과 신발, 고급 자전거, MP3와 최신 비디오게임을 고집한다. 100위안에 가까운 문구세트, 몇백 위안의 책가방, 1천위안을 호가하는 전자사전은 기본이다. 생일파티를 위해 몇천위안씩 요구한다. 이들이 지출하는 돈은 5대 도시의 경우 월평균 900위안이 넘는다.' 베이징에서 식당종업원의 월평균 급여가 1천위안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들의 소비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요즘 아이들"이 가진 이러한 소비성향은 단순히 허영심과 호기심만은 아니다. 문제는 떼쓰는 아이들과 허리띠를 졸라매도 좋다는 부모들의 사고이다. 한 가구 한 자녀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아이의 요구는 무엇이든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부모들이다. 성적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일부 부모들 중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전지전능한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강박관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없을 때, 그것이 능력 밖의 일일지라도 울화통을 터뜨리고 스스로를 질책하게 된다.

한 중국전문가는 이러한 중국자녀교육의 과보호현상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부모의 과보호는 아이를 더 약화시키고, 잘못된 권리인식을 습관화시켜서 직장 혹은 기타 대인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이익만 고려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만들며, 이것은 정신건강에도 위험하다. 사회생활에서도 과보호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대처방안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중국교육계와 일부 부모들 중에는 실생활에서 아무 어려움도 겪지 않은 아이들에게 "좌절교육" 이나 "고난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들에 의해 황태자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렇게 특혜(?)받고 자란 일세대가 지금의 대학생들이다.

최근 성화 봉송에서 빚어진 중국대학생의 폭력사건을 두고 논란이 많다. 혹자는 "보편적인 사회에서는 교육을 받을수록 민주시민이 되는데 중국아이들은 교육받을수록 애국지사로 변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우견으로는, 중국학생들의 폭력행위는 애국심의 발로라기보다는 부모의 과보호가 만들어낸 자기중심적 사고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다 영웅주의를 부추긴 일부 어른들의 탓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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