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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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매일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옛 시구가 새삼 절실하다. 높고, 크고, 웅장한 것에 대한 맹목적 갈망을 가진 중국인들, 이번 지진 참변으로 혼쭐이 났다. 지진발생 7분 뒤, 대륙 최고층 빌딩이라 자부하던 상하이 진마오빌딩(金茂大廈)에서는 때 아닌 긴급대피훈련이 실시되었다. 베이징 창안제에 위치한 LG타워의 근무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의 흔들림 속에서 극심한 공포의 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면 높은 곳에 오르려는 인간의 욕망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비유된 애벌레와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단지 문제는 중국인들이 높은 것, 높은 곳에 대한 지향이 유별나다는 점이다. 세계 고층빌딩협회 홈페이지의 기록은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층빌딩 축조전쟁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85년 중국선전에 150여m의 국제무역빌딩이 들어섰다. '3일에 1층' 올리는 속도로 축조하여 명실상부 대륙 최고의 건축물을 만들었다. 5년 후인 1990년, 베이징은 200여m 높이의 징광센터(京?中心)를 완공하였다. 다시 6년 후인 1996년, 선전은 '9일에 4층' 올리는 속도로 384m에 달하는 띠왕빌딩(地王大厦)을 건축하였다. 두 도시의 경쟁에 상하이가 가세했다. 푸동 신취루자에 전체 높이 420.5m 중국 최고인 진마오빌딩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불과 5년 후, 상하이 역시 타이완에 최고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타이완은 600억의 대만폐를 투자하여 508m 높이의 101금융빌딩을 지었던 것이다.
아직도 중국대륙에는 고층건물 축조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2009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저우의 신성쌍탑(新城?塔, 西塔)은 432m 높이로 상하이 진마오빌딩보다 12m 더 높고, 쌍둥이로 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대도시 간 고층건물 축조전쟁은 일부 중소도시와 심지어 현(縣)급 행정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각 도시는 나름대로 '상징적인 건축물을 지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투자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효용성과 활용보다는 '성내 최고' '지역 최고' '시내 최고'라는 허욕 때문이다.
이미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고층건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건설비용, 실용성, 안전성, 경제적 효율성, 휴머니즘을 따져볼 때, 고층빌딩은 지나간 유행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높이가 300m 이상의 고층빌딩은 경지절약이라는 경제적 의미는 어불성설이며, 관리비용 및 비입주에 따른 손실 등의 문제가 크다. 우뚝 솟은 빌딩들이 상대적으로 움푹 파인 도시 저지를 만들기 때문에 일조량 및 도시미관을 해친다. 지진, 폭발, 화재 또는 유독가스 방출 등의 재난이 닥쳤을 때, 고층 빌딩은 저층건축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그 피해 역시 막대하다. 정서적으로도 초고층건축물은 인간을 땅과 격리시키기 때문에 인정미가 감소되고, 고독감이 증가하는 등 '고층빌딩 합병증' 유발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번 중국대지진의 원인이 샨샤댐이라는 진단도 있다. 바벨탑을 쌓던 인간욕망의 위험성이 반추되는 순간이다. 자연을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대할 때 우리 인간에게 어떤 결과가 돌아왔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