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생사서…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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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 읽기 (매일 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티베트생사서
수자런보체 저(2011, 저장대학출판사)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생멸이 있습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동물과 식물로 구분되는 생명체는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무생물이라 칭하는 것들조차도 생(生)과 사(死)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변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현상이고 법칙입니다. 하루살이가 하루를 살고 죽든, 거북이가 수백년을 살고 죽든 모두가 '생사'일 뿐입니다. 봄에 피는 새싹도 따지고 보면 마른 나뭇잎의 죽음이 만든 작품입니다. 새싹과 마른 나뭇잎을 생명체와 사체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는 하나인 것입니다. 순간순간을 보면 양자는 전혀 다른 개체이지만 영원이라는 시간을 대입하면 구분이 없는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생사의 이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바로 티베트인들입니다. 수자런보체가 쓴 '티베트생사서'를 보면 그 진면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을을 맞는 나뭇잎이 오히려 더 짙게 화장을 하는 것처럼 임종을 맞는 사람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니다. 티베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여 피하려 하지 말고 일상에서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추런보체라는 스님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신년인사를 나눌 때 오히려 울면서 곡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니 "또 일 년이 지났건만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 가까이 가고 있다. 그것이 슬프다"고 했다 합니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면서 내일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욕심을 내는 사람들, 그래서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오늘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책은 생(生), 임종(臨終), 사망(死亡)과 재생(再生)의 세 부분과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절구절마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척박한 땅에서 가장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별한 수식이나 철학적 논리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그대로의 삶과 생각을 적었습니다. 어쩌면 티베트인의 생사관을 적은 이 책은 점점 방탕해지고 있는 우리 세상을 위해 전해진 경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