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야 동지야? 중·러·일 3각관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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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 읽기 (매일 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이 보는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리용후이 저(2007, 베이징 세계지식
농경민족 중국이 본능적으로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단언하면 이동성을 가진 약탈민족들이다. 중국 역사상 끊임없이 진행된 크고 작은 전쟁들 가운데서 한족 중심의 중국을 전복시켰거나 중국의 존립을 위협했을 정도의 강적은 모두가 유민(流民)적 특징을 가진 유목민족과 해양민족들이었다.
원나라를 건설했던 몽골이나 청조의 지배세력이었던 만주족이 그랬고,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으로 중국을 침몰 직전까지 몰아갔던 영국과 일본이 그랬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아직도 대륙심장지역을 장악하고 동과 서 두 거점 사이를 오가는 러시아 대륙세력과 해양을 기반으로 중국 외곽을 구석구석 공략하는 일본, 미국 등의 해양세력이 두렵다. 물론 러시아와는 혈맹관계로까지 발전한 때가 있었다. 사회주의 신중국이 처음 등장했을 때 소련은 중공 정부를 최초로 공식 인정하였고, 중국 역시 일변도 정책을 표방하며 소련에 기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택한 소련 편향이었다. 그 잠시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곧 중소 분쟁이 발생했고, 그때 이후 지금까지 내륙경계에서 살갗을 맞댄 채 끊임없이 시비를 계속해 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육지를 접한 인접국은 아니지만 해양공간에서 속살을 공유하고 있는 해역이 많아서 수시로 충돌하고 있다. 동중국해, 조어도, 충지조도 해역에서는 지금도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충돌이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양대 강적의 관계를 중국인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국제정치에서는 흔히 적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의 적, 적의 친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유사시에 피아를 구분하여 대응하기가 쉽다. 저자가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시도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 3자 관계를 현실주의 시각을 대입하여 정리했다. 핵심요지는 한 가지다. 갈등과 대립이 중심이었던 냉전이 해체된 이후 중국, 러시아, 일본 3국은 국가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상호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제관계에서 국가이익이 지고무상의 가치목표가 되었고, 각국의 국가안전전략이나 외교정책이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것을 취우선 순위로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러'일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영토분쟁도 지경학적 협력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3대 주축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설계하는 동북아권력구도에 한반도는 언급조차 없다는 점이다. 동북아의 권력장(場)에서 우리 한반도가 가장 중요한 게이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