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유교 공존 원하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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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 읽기 (매일 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논어에 심취한 중국여성 위딴/위딴 저(2006, 베이징 중화서국)
페미니즘이 대세인 시대에 논어에 심취한 중국여성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논어는 '가'(家)의 개념을 토대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사회를 설계한 유교의 경전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등장하면서 논어는 타파해야할 전통유산의 첫번째였고, 논어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교 덕목들은 봉건 악습으로 치부되어 터부시되었다. 그런 중국에서 여성지식인의 한 사람이 논어에 취했다. 베이징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위딴이 바로 그녀다. 그녀가 쓴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봄에 씨를 뿌리면 가을에 수확하는 것처럼 공자의 논어는 진리이다." 마치 종교의 경전을 대하는 듯한 화법이다.
필자는 스스로 공자를 닮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의 자신은 회색에 가까운데 색깔이 없어지게 되는 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공자처럼 온기만 있고 색깔이 없는 경지에 오르기를 기다리는데 지금 그녀의 색깔인 회색도 나름의 좋은 점이 있다고 한다. 회색은 어떠한 색깔과도 잘 어울리며 특히 선홍색이나 흰색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그녀의 내심에는 사회주의와 유교의 공존 가능성을 은유하려는 의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책의 줄거리는 저자가 논어를 통해 체득한 7가지의 깨달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깨달음은 천지인(天地人)의 도(道)이다. 중국탄생설화에 등장하는 반고의 이야기를 들어 천지인의 관계를 설명하고는 하늘과 땅이 오늘날의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반고가 하루에 천지를 아홉 번 변화시킨 것처럼 인간 사회에서의 이상과 현실은 매일 조금씩 미묘한 변화를 지속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두 번째 깨달음인 심령의 도에서는 인간이 가진 고질적인 결핍감과 무력감에 대해 적고 있다. 생활 중에 상존하는 결핍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의 평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관건은 어떤 마음자세로 결핍감을 대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누우면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도의 체득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처세의 도, 군자의 도, 교우의 도, 이상의 도, 인생의 도에 대해서 논어 원전을 인용하여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표현 기법도 재미난다. 수 천 년 전의 공자를 현재에 모셔놓고 일상 대화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듯이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중국인의 전통적 이상이라고 정리하면서 마무리 짓는다. 세상을 다 가지고 싶어하는 중국인의 염원을 드러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