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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해임후에도 중국정계 초긴장

미래지향적 비전 - 중국책읽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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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 읽기 (매일 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의 군벌정치/동쟝아이 저(2002, 베이징 중국사회출판사)

전 중국 충칭(重慶)시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일가의 스캔들로 중국 정계가 초긴장 상태이다. 중국 정부의 언론통제와 감시능력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삐져나온 정보들로 미루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의 발단이 충칭시 부시장 왕리쥔의 미국대사관 피신사건에서 비롯된다. 부시장에 해임된 왕리쥔이 미국으로 망명하려 한다는 소문과 보시라이가 그를 체포하기 위해 미국대사관을 포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사건은 보시라이의 부정부패 문제,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염문설과 영국인 살해 혐의, 아들의 방탕한 미국 생활로 초점이 확대되면서 보시라이 일가족의 비도덕성을 고구마 줄기 엮듯 들추어내었다.

그런데 미심쩍은 것은 보시라이가 해임되었는데도 사건이 정리되지 않고 중앙정계와 지방 군부까지 얽혀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시라이 아버지가 창설한 청두군구 산하 쿤밍 14집단군 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중국 정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은 보시라이 일가의 부정부패스캔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단순한 부정부패사건이었다면 중앙정부가 보시라이 개인을 처리하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중앙정부가 보시라이를 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단초를 동쟝아이가 쓴 '샨시촌치와 군벌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보시라이가 충칭 서기로 있으면서 새로운 사회주의 발전모델이라 불리는 '충칭모델'을 실험할 수 있었던 정치적 기반과 '중국 정계의 록스타'로 군림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바로 아버지 보이보가 항일전쟁과정에서 창설한 군부의 힘이다. 현재 중국 남서부와 티베트, 충칭 등 5개 성을 관할하는 청두군구에는 28만 명가량의 병력이 있다. 보시라이의 권력기반은 바로 이들이다. 한국 상황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동쟝아이가 설명하고 있는 샨시지방군벌의 성립과 역사과정을 보면 중국지방군벌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간단히 정리하면, 중국 지방군벌은 청말 중국사회의 위기가 만든 결과물이다. 당시 약화된 청조가 자구책으로 지방자치를 시도했지만 안착되기도 전에 신해혁명을 맞게 되어 사회혼란만 가중시켰다. 그 와중에 지방군벌이 지방민들의 안위를 명분으로 지방을 장악하고 독자적인 촌치(村治)를 실시했다. 샨시지방군벌도 그렇게 성립되어 위안스카이에서 장제스에 이르는 38년 동안 독자적인 촌치를 시행하고, 독특한 촌치사상체계와 실천능력을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군벌은 지방에서 보편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보시라이와 청두군구의 관계도 샨시촌치의 내력에서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계에 불고 있는 미풍은 폭풍의 서막일 뿐이고, 또 이면에는 미국을 방문하여 오바마와 눈 맞추는 시진핑에 대한 불만도 숨겨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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