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加油) 김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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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절룩절룩, 한 아이가 걷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몇 걸음을 옮기고 한참 쉬고는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등에 맨 책 보따리가 덜렁거립니다. 보통 아이들 걸음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시골학교, 등교시간을 맞추려면 일찍 집을 나서야 합니다. 소아마비가 불치병이었던 시절입니다. 한쪽다리 대신 나무막대기를 사용하는 아이의 손은 굳은살이 베어 두툼합니다. 돌부리 가득한 시골길, 넘어질듯 위태로운 아이주변을 코흘리개 무리들이 천방지축 맴을 돕니다. “야! 짜식아 빨리 가자.” 아이는 씨~익 웃음 한주먹 날리고는 날듯이 뚜벅입니다.
시골 동네가 시끌벅적합니다. 설렘이 설렁함으로 바뀌고 있는 설날, 그 아이가 돌아 온 것입니다. 이마가 조금 넓어졌고, 막대기가 고급스런 목발로 바뀌었지만 그의 싱글벙글은 여전합니다. 코흘리개 무리들이 또 다시 천방지축 맴을 돕니다. “야! 짜식아 빨리 마셔”, “잔은 고도리 방향으로 돌려”
아이는 현재 중국 칭다오에서 소위 잘나가는 신진 기업가입니다. 유럽 유명메이커의 제품을 주문생산 하는 액세서리공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하면서 배웠던 기술이 천직이 되었다고 웃습니다. 지난해 아이의 공장에 갔을 때입니다. “돈 빨리 벌어서 고향 돌아와야지” 미소 한입 베어 물고는 직원들에게 소리칩니다. “콰이 콰이(빨리 빨리)” 수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빠집니다. 한쪽 다리에 관심두지 않는 중국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아이는 이제 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늠름한 장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