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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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활짝 웃는 얼굴이 하회탈을 닮았습니다. 언뜻 보면 머리 기른 지장보살 같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차림새는 흡사 부잣집 마나님입니다. 쌍꺼풀 크게 진 부리한 눈에 오뚝한 콧날, 배색 잘된 개량한복 위로 황금 목걸이를 걸었습니다. 깍지 낀 손가락에는 알 굵은 보석반지가 자태를 뽐냅니다. 걸죽한 한마디가 압권입니다. “야들아! 여기 고기 좀 썰어 온~나” 웃음보따리가 풀어졌습니다.
목젖이 보일정도로 웃어젖힙니다. 모처럼 만입니다. 시간을 훌쩍 넘어 다시 만난 소꿉친구들이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 잡초같이 모질게 살아 온 지난날, 눈물을 웃음으로 말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런 날은 세월의 강물을 풀어 질펀한 눈물바다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은 안사장의 날입니다.
70년대 후반, 경상북도 영일군 기계면 북쪽에 자리한 기북중학교, 3학년교실입니다. 한 아이가 울먹이며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졸업하려면 족히 몇 달은 더 있어야 하는데도 아이는 한발 앞서 학교를 떠납니다. “니 어디가노?” “응, 서울 간다” “우아 좋겠다. 서울 가면 편지하거래~이” 철모르는 아이들은 헤어짐이 슬픔입니다.
아이는 식모살이를 하러 서울로 갑니다. 돈이 필요했습니다. 다들 먹고 살만하다고, 최소한 배는 주리지 않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시절인데도 아이의 집은 유난히 가난했습니다. 빚에 쪼들리던 부모님 보기가 힘들다던 아이는 결국 서울행을 결심합니다. 받은 선금으로 빚을 청산합니다.
현실이 소설인 주인공 안사장은 남선알루미늄 직공시절에도 자기가 주인인줄 알고 미친 듯이 일했다며 껄껄댑니다. 복음 전하듯 보험을 팔던 그녀는 IMF 펀치에 KO 당한 후 방촌시장에서 추어탕장사로 재기합니다. 맨홀뚜껑 위에서 달랑 그릇 몇 개로 시작한 장사가 지금은 제법 당당한 한식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간판을 세우던 날, 안사장은 한마디 합니다. “많~이 잡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