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운 잠옷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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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중충한 식당의 한 모퉁이가 밝아집니다. 화사한 꽃무늬가 수놓인 분홍잠옷의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물기 머금은 긴 생머리가 유난히 까맣습니다. 방금 전까지 때 국물 가득한 근무복, 피로에 지쳐보이던 종업원입니다. 탈태환골 한 것입니다. 몇 무리의 손님들이 늦은 담소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무도 “잠옷 입은 처녀”의 등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생글거리며 다가온 그녀, 아는 체를 합니다. “흔 피아오량” 예쁘다고 칭찬 한마디 던졌습니다.
"쩐더?"진짜냐고 되묻는 그녀, 목덜미까지 빨개집니다. 하루 종일 식탁사이를 헤매다 해방되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순번제 조기퇴근 날, 그녀는 날아갈 듯 기쁩니다. 그래서 저녁9시가 되자말자 근무복을 벗었습니다.
그녀와 내가 면식을 튼 것은 첫 대면 때문입니다. 그녀가 처음 주문을 받았습니다. 요리를 고르면서 재료와 만드는 방법, 맛을 물었는데 매 요리마다 군침 돌게 설명합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쩐더 하오츠마?”(진짜 맛있냐)라고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 “하이메이츠”(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라고 속삭이듯 실토합니다. 멍해진 나를 보고는 꼬깃꼬깃 접힌 쪽지 한 장를 꺼냈습니다. 음식설명과 맛이 빽빽하게 적힌 족보였습니다.
허난(河南)성의 시골마을이 고향인 그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거들다 상경했습니다. 하루 14시간, 한 달 28일의 고된 근무로 월500위안을 법니다. 그 중 300위안은 고향부모님께 송금하고, 100위안은 저축합니다.
나머지 100위안으로 군것질도 하고 머리핀이랑 생활용품을 삽니다. 꽃무늬 잠옷은 며칠 전 모처럼 큰마음 먹고 산 것입니다. 식탁을 붙여 만든 잠자리와 하루 두 끼의 박한 식사, 고된 식당일입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염려에 농사일 보다는 훨씬 쉽다며 웃는 그녀, 춘절귀향을 기다리며 부모님께 드릴 선물꾸러미를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