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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눈으로 보는 G2] 시진핑의 황제 등극과 ‘중공 6중전회’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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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일정으로 진행된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11일 폐막됐다. 이번 6중전회의 관전 포인트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시 주석의 황제 등극 여부였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비롯한 신중국의 지도자들을 건너뛰고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으로 연결되는 신중국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회의 결과는 예견된 것처럼 시진핑의 연임과 황제 등극에 대한 어떠한 반대나 이견 없이 마무리됐다. 정황상 시진핑의 3연임은 진작에 정해진 바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제20차 당대회(2022년)를 앞둔 시점임에도 차기 후계자 후보군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시진핑이 권좌를 내어줄 생각이었다면 중국정치의 관습대로 미리 후계자 지목이 이뤄졌을 것이다.

내부 도전자도 없다. 현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시진핑(1953년생) 외에 리커창(1955년생), 리잔수(1950년생), 왕양(1955년생), 왕후이닝(1955년생), 자오러지(1957년생), 한정(1954년생) 등 7명이다. 이들 가운데 시진핑의 자리를 찬탈할 만한 인물이 없다.

이들이 퇴임하게 되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후보군으로 후춘화(1963년생), 천민얼(1960년생), 딩쉐샹(1962년생)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 중에서도 차기 지도자로 뚜렷이 부상하는 이는 없다. 승계자가 없다는 말은 권력을 물려줄 의사가 없다는 말과 같다.

둘째, 지난 5일 중국 전역에서 실시된 기층 인민대표 선거에서 시진핑 연임을 방해할 만한 그 어떤 특이사항도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5년마다 직접선거를 통해 구·향·진 인민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이 참여한 간접선거에 의해 시(市)와 성(省)의 인민대표가 선출된다.

그리고 시와 성 인민대표들이 참여해 헌법상 최고권력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에 기층 인민대표 선거를 장악한 시진핑의 자리는 더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시진핑이 내건 위대한 중화의 부활을 향한 ‘중국꿈’ ‘공동부유’ ‘인류운명공동체’ 등의 슬로건에 중국 국민이 여전히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설계한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일대일로’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록 어려움을 겪었지만 엄청난 희생자를 냈던 미국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파리에서 호랑이까지 잡겠다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수행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부류가 있지만, 일반 중국인은 잘한 일이라 평가한다. 때문에 시진핑은 정치를 아주 잘한 지도자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넷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국의 자존심과 체면을 살렸다는 점이다.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공세를 펼쳤던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좌초시킨 것이다. 트럼프가 구금했던 화웨이 멍완주 부회장도 구출했다. 뒤를 이은 바이든도 중국 제압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중국주변을 맴돌 뿐 아직도 시진핑과 진검승부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

쿼드·오커스·파이브아이즈·글로벌공급망 등을 결성하고 G7체제를 강화시켜 대중국 봉쇄사슬을 엮고 있지만, 중국의 역공에 동맹국만 힘들게 하고 있다. 요소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을 무기로 삼아 저강도 전쟁을 벌일 경우 한국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동맹국은 견디기 힘들 수 있다.

미얀마에서 민주투사 아웅산 수치가 감금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이 철수했다. 미국의 가치가 무너지고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지켜본 중국인의 입장에서 시진핑은 무척이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더욱이 시진핑의 중국정부는 중국인이 꿈꾸던 달나라까지 정복했다. 토끼와 상아의 전설을 품은 달의 뒷면을 탐사했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많다. 시진핑이 천수를 누려도 다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연임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종신 황제로 근무하게 될 수도 있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급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이미 정리된 듯하다. 시진핑이 내세운 ‘공동부유’는 덩샤오핑의 선부론에 대한 수정이다. 흑묘백묘를 내세워 개방개혁정책을 추진했던 덩샤오핑의 노선이 만든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확대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오쩌둥을 뛰어넘으려는 구상인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시했다. 중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를 중국화하겠다는 선전포고다. 바바리안을 문명화시키겠다고 칼을 뽑아든 서구제국의 민주주의처럼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중국식 보편적 가치로 삼아 세계를 빨간물로 채색하려는 전략이다. 만약 그리되면 시진핑은 중국통일을 이룬 진시황이나 마오쩌둥·덩샤오핑을 넘어 신중국의 초대 황제에 등극하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권력이 가진 속성이다. 아무리 선하고 좋은 권력도 고이면 썩게 마련이다. 돈이든 힘이든 돌고 돌아야 생명이 있고 활기가 있는데 특정인의 손아귀에 들거나 쌓이게 되면 반드시 부패한다.

이제 겨우 근대의 시련을 딛고 발전가도에 오른 중국이 탄력을 받아 승천하려면 시진핑 주석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할 때 명분 삼았던 논리처럼 권력투쟁으로 혼란과 레임덕을 초래하는 자유세계의 선거 대신 선양(禪讓·임금의 자리를 물려줌)과 같은 통 큰 대물림을 결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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