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리더의 능력이 조직 존망을 결정한다
경북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우물 안 개구리의 행복은 끝났다. 세상이 급변하고 험악해졌다. 노아의 방주와 같은 획기적인 방책이 없으면 격변의 풍랑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행하는 것이 인간 존재이다. 세상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어떻게 맞대응하는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출산율감소와 고령화, 지역 불균형과 빈부격차, 사회적 분열과 격차의 확대, 디지털노마드 세대의 등장이라는 대격변의 혼돈상황에 있다.
다차원적인 위기에 직면한 대구경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도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대구경북행정통합’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마치 짚신벌레의 접합처럼 변화하는 환경, 불확실한 미래에 적응력을 높이는 비상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추진력이다. 단세포생물 짚신벌레는 대진화의 과정에서 종족보존을 하기 위해 접합하지만 접합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구경북의 통합도 마찬가지이다. 당면한 시대적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는 목적이지만 통합에는 막대한 비용과 자금이 필요하다. 짚신벌레처럼 분열과 접합을 반복하고 있는 대구경북 입장에서 통합이 적절한 방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통합과정에서 역량이 부족하거나 에너지가 고갈되면 공멸할 우려도 있다. 리더들의 혜안과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지역의 생멸을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대대적인 건설사업을 통해 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이 핵심사업이다. 대구시는 공공주도 방식으로 신공항건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47개 업체를 포함하여 연말까지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규모도 막대하다. 최소한 인프라구축에 20조 원, 신공항공사비용 12조 8000억 원, 군공항이전 사업비 11조4000억 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대구시는 공항후적지(K-2) 661만7283평방미터에 대한 개발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K-2부지를 글로벌 관광·상업·첨단사업 중심으로 개발하고 2030년부터 2032년까지 동구 일원 6.98㎢에 2조 5000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투입할 것이라 한다. 신공항 인근의 금호강을 활용해서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 방식’의 글로벌 수변도시를 조성하여 반도체, 로봇,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첨단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관건은 재원조달 능력이고 사업의 성공이다. 아직은 참여기업의 상당수가 대구시의 구상에 미온적이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정부의 보증과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대구시가 새 군 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종전 K-2부지를 국방부에서 넘겨받아 비용을 회수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후적지가 어떻게 개발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공 여부와 대구경북의 미래가 좌우된다. 당장 시급한 사업자금을 충당하려고 미분양이 쌓인 주택건설사업에 다시 집착하면 자칫 지역민도 피해를 입고 통합대구경북도 빚더미에 앉아 파산할 수 있다.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재정사업으로 건설한다고 하지만 완성된 공항이 정상대로 운영되지 않고 적자가 나면 이 역시 지방정부 부담이다.
최소 100년의 대구경북 미래를 염두에 둔 발전계획과 사업이 발주되어야 한다. 이럴 때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고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구 620만 명 정도의 일본 치바현은 도쿄 디즈니 리조트, 도쿄 디즈니랜드, 도쿄 디즈니씨를 유치하여 성공했다. 해안에 접해 있고, 공항이 있다는 입지조건 외에는 대구경북보다 열악하다. 인구 면에서 대구경북은 500만 정도로 치바현과 비슷하지만 아름다운 동해안과 금호강의 수변, 전국으로 연결된 사통팔달의 교통망, 경주 보문단지의 숙박시설과 신라문화 유적지, 경북 북부권의 풍부한 전통문화 자산 등 한 시간 이내에 풍부한 관광문화인프라가 존재한다. 지역의 랜드마크인 국립경북대학도 인접해있다. 그 중심에 K-2후적지가 있다. 지정학적, 사업적으로 주택을 짓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위치이고 조건이다. 디즈니랜드 도쿄의 2024년 입장객 목표가 2600만 명이라고 한다. 2022년 기준으로 입장객 단가가 14만2800원 정도라고 하는데 부대시설 이용이나 관광수요까지 합치면 경제유발 효과를 계산해볼 필요가 없다. 만약 이러한 시설이 오면 대구경북이 가진 모든 문화역사자산과 생산되는 제품들이 상품화된다. 고용 효과도 엄청나다. 지역인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용문제도, 문화인프라 부족 문제도 동시에 해결된다. 무엇보다도 인구소멸이라는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최적의 카드이다. 유동 인구가 늘면 도시는 활기를 띠고 성장하게 된다. 조건도 좋다. 현재 아시아 지역 디즈니랜드는 도쿄, 홍콩, 상하이에 있다. 최근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연일 포화상태이다. 대구가 디즈니랜드의 적지이고 지금이 유치할 적기이다. 리더의 판단력과 눈높이가 중요하다. 든든하고 따뜻한 100년 대구경북을 원하면 오래 두고 먹을 먹거리를 확보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