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용(龍)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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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매일신문)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설속의 신기동물 용은 몸은 길고, 비늘, 뿔, 다리가 있으며, 달릴 수도 있고, 날 수도 있으며, 헤엄칠 수도 있고,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다. 용은 제왕의 상징으로서 용안, 용포 등 제왕을 직접 지칭하기도 하고, 용등, 용차, 용주 등 제왕이 사용하는 도구들로도 형상화된다. 산해경(山海經)에는 하나라 제후 계, 욕수, 구망 등도 모두 용을 탔다는 기록이 있고, 또 다른 서적에는 황제(黃帝)의 손자 전욱이 용을 타고 사해에 다다랐으며 황제의 증손 제곡도 봄여름에 용을 탔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의 중국인 역시 용 이야기에 대해서는 고대인과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중국인이면 누구나 용에 대한 마음은 하나이다. 그들에게 용은 일종의 부호이고 의식이고 혈육과 관계된 정서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용의 자손, 용의 후예"라는 호칭을 들으면 격동하게 되고, 분발하게 되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각양각색의 중국인이 용에 대해서만은 그 인식이 하나인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용은 중국황제 즉 권위와 힘의 상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왕조체제와 권위를 봉건악습이라 규정했던 사회주의 중국에서 용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더 활성화 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용의 유래에 대해서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용이 중국의 상징이 된 것은 황제(黃帝)가 치우(蚩尤)와 염제(炎帝)를 제압하고 대소부락을 통일한 후, 제후들에 의해 천자로 받들어진 때이다. 당시 각 부락은 각자의 상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황제는 이들 부락의 정서를 고려해서 하나의 형상물을 만들었다. 몸은 뱀으로 하고, 머리와 꼬리는 사자의 것을 빌려 물고기 비늘로 치장했다. 그리고 사슴뿔과 매 발톱 달아 각 부족의 토템이 골고루 취합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용"이 만들어졌다.
용은 하늘을 날고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으며 땅에서 길 수 있음으로서 모든 동물의 능력을 한 몸에 지녔다는 전지전능의 의미를 얻어내었다. 황제는 음력2월초 이틀간의 황도길일(黃道吉日)에 용의 깃발을 게양하도록 하였다. 그때부터 용은 각 부족의 이상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역대 제왕들을 칭하는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고, 황제를 진용천자(眞龍天子)로, 그 자손들은 용자용손(龍子龍孫)으로 불렀다. 그 후 용의 형상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변모되어서 오늘날 낙타머리, 뱀목, 사슴뿔, 거북이 눈, 고기비늘, 호랑이 발, 매의 발톱, 소의 귀 모양 등 다양한 복합형상체로 발전하였다. 이제 고대 중국의 제후나 제왕들이 용을 탔다는 이야기를 정리하자.
용의 형상이 기괴하게 된 이유는 다양한 민심을 빠짐없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홉 개이고 그 몸이 몇 굽이쳐 구불구불한 것은 한없이 다양하고 기복이 심한, 진흙탕 현실에서도 항상 이상을 지향하는 민심의 반영이다. 다시 말하면 "용을 탄 제왕"은 "민심을 얻었다"는 의미이며 아무리 작은 백성의 소리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민주주의의 잔치라는 선거가 용이 되려는 무리들로 아비규환이 되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서, 용을 만들어 낸 중국인의 지혜와 중국인들이 용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되새겨봄직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