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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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좋~아 졌네 좋아졌어, 몰~라 보게 좋아졌어, 이~리 보아도 좋아졌고, 저~리 보아도 좋아졌네.” 반주조차 없는 독창이지만 제법 두꺼운 가요방의 유리벽이 전율합니다. 음정박자 무시한 카리스마의 주인공, 그녀는 바로 홍명자 여사입니다. 그녀는 이번 중국여행 때도 예외 없이 필살기 “좋아졌네”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여행팀의 젊은이들은 가요방 가사집에도 없는 노래가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나이 묵직한 사람들은 새마을 운동의 향수에 기꺼워했습니다.
앵콜이 터졌습니다. “언니, 앵콜! 앵콜!” 신이 난 홍 여사, 다시 한번 “좋아졌네”를 불렀습니다. 이어지는 그녀의 코멘트, “내가 바로 영원한 부녀회장이잖아. 둘만 낳아 잘 기르라고 피임약과 콘돔을 나눠줘서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거야.”
그러나 사실 “좋아졌네”는 홍 여사가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노래입니다. 그녀의 노래는 새마을 운동시기에서 멈췄습니다. 돌이켜 보면 명절이나 잔치 뒤풀이에 그녀는 없었습니다. 그녀의 자리는 늘 부엌이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끝났고, 자식들이 다 컸는데도 홍 여사의 자리는 여전히 부엌입니다.
생전 처음 발마사지를 받고 감격했습니다. “애들 팁 많이 줘라.” 당신의 거친 발을 그토록 정성스럽게 만져준 이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자식바라기 어머니라고만 알았던 그녀도 평범한 즐거움을 좋아하는 보통 아낙네였습니다. 우둔한 자식은 이제 겨우 알 것 같습니다. 올 설 명절에는 “좋아졌네” 반주가 있는 가요방을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