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눈으로 보는 G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중국의 노림수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은 ‘제로 코로나’ 기치를 내걸고 막바지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대외 환경은 여의치 않다.
미국을 필두로 한 북반구 선진 제국은 정치적 보이콧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쿼드·오커스·파이브아이즈 등의 군사동맹 강화, 홍콩·신장·위구르에 대한 인권 비난, 대만독립 문제에 대한 시비 등으로 확대돼 중국은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한숨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맹방 러시아와 혈맹 북한의 성동격서 전략이 중국을 돕고 있다. 이에 중국을 정조준한 미국의 화살이 과녁을 비켜가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탄도미사일 발사 이슈가 세상의 이목을 계속 잡게 되면 중국은 올림픽 기간 인권문제나 체제에 대한 공격을 피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자연재해도 중국을 돕는 듯하다. 최근 남태평양 통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폭발로 상대적으로 수혜를 본 쪽은 중국이다. 피해 당사국인 통가와 인접 국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천운이다. 왜냐하면 화산폭발과 쓰나미가 미 해군의 중국 위협을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화산폭발 후 태평양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미국의 핵잠수함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항공모함들이 대거 태평양해상에 출동하게 된 것은 화산폭발 때문이다. 태평양 해역에 배치된 미군의 해양전력이 위험을 피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복수의 언론이 미 핵잠의 부상을 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로 분석하고 있지만 시기가 애매하다. 화산폭발 후 하루 만에 일본해역에 도착한 쓰나미의 힘을 고려하면 태평양 주둔 전함과 잠수함이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통가의 화산폭발 덕분에 미국의 항모전단이 중국 올림픽의 경비를 담당하는 꼴이 됐다. 미국의 대규모 전략자산이 배치돼 있는 태평양해역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누가 올림픽을 방해할 수 있을까. 중국은 아주 절묘하게 어부지리(漁夫之利)와 혼수모어(混水摸魚)의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
그러고 보면 1년이나 연기된 2020년 도쿄올림픽이 방역 실패와 준비 미숙으로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예정된 일자에 정상적으로 개최만 해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중국의 목표대로 ‘코로나 제로’의 상황을 유지하면서 무사히 대회를 치르는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역이 국력의 척도라는 사실은 상식이 되었다. 중국은 과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2022년 올림픽을 치를까.
알려진 바로는 ‘폐쇄루프’, 즉 격리공간을 구획해 외부와의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중국은 참여 인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또 선수단과 취재진 등 필수 참가인원 5천여명도 베이징에 도착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 선수촌과 경기장, 그리고 연습장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제한했다. 코로나의 감염경로와 매개체를 완벽하게 차단하려는 의도다.
이것은 중국이 2003년 사스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성(省)과 성(省), 도시와 도시, 블록과 블록을 단절시켜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기본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경우 유증상자가 발생하더라도 해당구역을 폐쇄하고 방역관리를 하면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차단방식은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델타·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종의 공격을 연거푸 받으면서 사회통제에 실패한 서방 국가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같은 중국의 방역 방식이 성공하게 되면 중국식 모델이 코로나와의 전쟁에 유용하다는 사실이 입증될 뿐 아니라 발전모델 논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시진핑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진핑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전면 가동하는 오프닝 자리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항로(하늘길), 해로(바닷길),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입국하는 ‘인진래(引進來)’, 올림픽 기간 내내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자국에 전송하는 ‘주출거(走出去)’가 실행되는 것이다.
만약 올림픽이 성공한다면 시진핑은 3연임이 문제가 아니라 위대한 중화의 부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 영웅이 되어 중국주석에서 황제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책임질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중국인만을 위한 잔치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당시의 중국은 자국을 보여주는 쇼파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2년의 중국은 동계올림픽을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려고 욕심내는 수준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인과 그의 친구들만 참여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마치 로마시대 노예 검투사들이 벌인 경기처럼 중국인을 위한 재롱잔치가 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듯하다.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가 출간한 ‘2022년 세계경제 황서: 세계경제 형세분석과 예측’을 보면 중국의 자신감이 보인다.
내용을 보면 △백신개발과 방역정책 △최악의 경기쇠퇴와 회복 △고인플레 압력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불확실성과 대응책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둔화 △자원민족주의 대두 △다자간 무역체제 불안 △금융규제 지속 △신흥경제권의 금융 취약성 상승 등이 주요 키워드다. 요컨대 세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고, 당면 위기를 극복하려면 중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충천하는 자심감에 여러모로 운도 따르는 듯하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불참한다고 한다. 중국의 복(福)이랄까. 중국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