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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중국, 양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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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가 진행되고 있다. 2천여명의 정협위원이 참가한 전국정치협상회의와 3천여명의 인민대표들이 참가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그것인데 매년 3월 초에 개최된다. 회의는 총리의 전년도 업무보고로 시작된다. 전년도 결산과 당해 연도의 계획을 발표하고 예산을 책정한다. 회의과정에서 총리의 업무보고에 대한 정협위원, 인민대표들의 질타와 질의가 쏟아지고 예산과 사업계획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이 개진된다. 흥미로운 것은 전국양회 개최 전에 전국적으로 지역양회가 열려 각종 이슈들이 제안되고 수집되기 때문에 14억 중국인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국가 대사까지, 국내문제에서 대외문제까지 거의 모든 문제들이 거론되고 토론된다는 점이다.

올해 양회의 관전 포인트는 세 곳이다. 첫째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앵커인 신샤오멍이다. 신화통신의 앵커인 취멍의 외모를 본떠 만들었다는 AI로봇인데 실시간으로 양회의 진행과정을 보도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전송하면 로봇앵커가 몸짓과 목소리로 전달하는데 표정과 발음이 실제 사람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해서 인기가 높다. 영어와 중국어 두 가지 버전을 구사할 수 있는데, 중국의 통역기술을 감안하면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방송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로봇 신샤오멍의 양회 등장은 중국사회가 첨단기술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둘째는 전인대에 제안된 핵심의제들이다. 반부패기강확립, 법에 의한 통치, 사회보장, 교육개혁, 건강한 중국, 인터넷정책과 서비스, 소득격차해소, 빈곤탈피, 주택제도, 그리고 사회치안 강화 등이 그것이다. 내용을 들추어보면 시진핑정부의 집권강화 의지를 볼 수 있으며, 중국사회가 여전히 기본적인 경제, 복지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보인다. 소득격차, 주택제도, 사회치안의 문제를 강조한 것을 보면 중국사회의 현주소와 급속한 개방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리커창 총리는 ‘안정 속 성장’을 통해 실속 있는 살림을 꾸린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2019년의 경제성장률을 6%대로 하향조정하고 정부재정지출을 확대해서 국내경기를 살린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감세, 고용대책강화, 산업진흥 그리고 민생지원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내실을 챙기며 중국이 가진 최대의 장점인 국내시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양회에서 무역, 무역전쟁, 중국제조2025 등의 경제관련 용어들이 실종되었지만 일대일로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추진의사를 강조했다. 예산감축과는 별도로 상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5% 증액된 1천770억달러 규모로 증액시킨 것이 그 증거다. 이는 지난해 최대 이슈였던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다자주의와 UN중심의 국제체제를 기반으로 경제세계화와 자유무역을 확대시킨다는 방침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적극 참여하고 외국인 투자법안과 특허법 개정 등 기술이전문제와 지식재산권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양회개막 전야제 행사다. 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각각 지난 3일과 5일에 개막되었는데 그 바로 전인 2월27~28일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성사된 이벤트에 세계 최고의 배우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출연했다. 이벤트 마련을 위해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전 준비회동이 있었고, 중국은 트럼프 섭외에 1조2천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지불했다. 비용의 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출연료로 충당했는데 소위 ‘일대일로 홍보를 위한 66시간 철도여행’이 그것이다. 중국은 하노이 이벤트를 통해 평양에서 출발, 중국을 관통하여 하노이로 연결되는 일대일로의 전 노선을 광고하는 홍보효과를 얻었고 이는 최근 연선국가들의 반발로 주춤하던 일대일로 사업에 활력을 부여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덤으로 미국-베트남-북한을 손잡게 함으로써 냉전이 만든 중국봉쇄의 마지막 족쇄를 푼 셈이 되었고, 김일성-마오쩌둥-호찌민으로 연결되는 사회주의 동맹노선을 부활시키는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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