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이탈리아로 간 이유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탈리아를 전격 방문하고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세일즈를 위한 공격적인 한 수였다. 그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주변을 맴돌던 중국이 방향을 선회하여 유럽 선진 제국의 심장을 공격한 셈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선공 대상이 이탈리아라는 점이다. G7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가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해서 공략하기 쉬운 상대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탈리아의 역사적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바로 ‘로마제국’이다. 로마는 원래 농경을 위주로 하는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지만 지중해 해양강국이었던 카르타고를 제압하고 패권을 장악했다.
당시 로마가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조건 때문이다. 하나는 ‘길’이고 또 하나는 로마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으로 무장한 로마시민들의 ‘단합된 힘’이다. 육상로드인 ‘일대’와 해상로드인 ‘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에 가장 좋은 롤 모델이 되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14억 중국인민의 단합된 힘과 ‘로마제국의 길’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이탈리아, 즉 로마제국으로 간 것이다.
문제는 로마제국이 되고 싶은 시진핑 중국정부에 대한 시선이다. 중국정부는 스스로 일대일로를 창의(Initiative)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중국을 의심하는 논자들이 많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국제공공재 건설을 위한 사업으로 공유, 협력, 자발적 참여, 상호이익, 원조, 봉사, 공공외교 등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주창하지만 인류 공동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공익사업으로 인류가 함께 얻고, 함께 짓고, 함께 누리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의논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를 사람들은 중국판 마셜플랜 또는 중국의 대전략이라고 했다. 중국정부의 일대일로가 처음부터 위대한 중화의 부활을 목적으로 한 영역확대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구상대로 일대일로가 진행되면 아시아지역 전체가 교통,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동서유럽으로 확대되어 아프리카까지 관통, 궁극적으로는 거대한 유라시아-아프리카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자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위대한 중화의 부활을 상징하는 중화대가정, 즉 대동사회(大同社會)가 만들어지게 된다.
일대일로를 일종의 사업(business)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로 인프라구축사업을 중심으로 건설, 토목공사에 관심이 있다. 중국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침체된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이라고 규정한다.
다양한 시각만큼 중국의 일대일로 국가사업에 거는 기대와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총출동하여 세일즈할 정도로 중국이 일대일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로 연결되는 거대한 교통인프라가 구축되면 그야말로 인류가 꿈에 그리던 ‘하나의 지구촌’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캠핑카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의 런던까지, 지중해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그러나 만약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경제,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좌초와 분열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일대일로를 주도하던 중국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도미노적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들과 철길이 지나는 연선국가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일대일로 사업은 반드시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시작은 중국이 하였지만 모든 국가가 협력하여 사업을 성공시켜서 인류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 길을 닦는 자와 이용하는 자는 다를 수 있다. 우리도 한반도 신경제전략과 일대일로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