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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오사카 G20 결전의 의미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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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아쉽게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담판은 승부를 결하지 못한 채 연장전에 돌입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던 나머지 세계는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중 양국이 추가 관세부과 중단을 통한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지만 불씨는 살아있다. 자칫 분쟁이 재발되면 유탄에 맞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중국시장과 미국시장의 교집합에 속한 한국과 같은 국가군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미중 양국은 최종 합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필연적으로 중간에 끼인 국가들에 선택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오사카 G20회의가 특별했던 이유는 2008년 G20 정상회의체가 출범할 당시를 회상하면 쉽게 정리가 된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최악의 경기침체와 시장불안을 맞이한 세계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 회의체 수준이었던 G20 회의체를 정상급회의체로 승격시켰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취월장한 중국을 더이상 G7 수준에서 관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G7은 중국이 포함된 G20정상회의체를 발족시키고 19대 1로 중국을 포위하는 회의체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오사카 G20회의에서 중국은 19대 1의 봉쇄망을 뚫고 미국과 일대일의 진검승부를 결하게 되었다.

오사카 회의가 미중의 진검승부처로 인식된 것 자체가 G20 정상회의체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고, G20가 G2로 응결되는 전환점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미중 오사카 결전의 결과가 무승부가 되고 연장전을 계속한다는 것은 미중 공동 관리체제의 필연성과 향후 지속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두 축이 미중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공식적으로 G2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셈이다.

이제 미중은 연장전을 통해 시장분할이 아니라 시장공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협력할 것이며 새로운 시장관리규칙 제정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미완의 진검승부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선 전초전을 보면 미국은 정면공격전략을 구사했다. 결전 전야인 지난달 27일 아침 “협상이 결렬되면 관세뿐만 아니라 무역량도 줄이겠다”고 선전포고를 발했다. 사전 정지작업으로 홍콩에는 민주주의 폭탄을 투하하고 대만에는 F35를 판매하여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공격했다. 흙탕물을 일으키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고기를 잡겠다는 일종의 혼수모어 전략인 것이다. 동시에 루소의 사슴사냥 전략도 구사했다.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등 동맹국을 동원해서 중국사냥을 위한 포위망을 만들려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마오쩌둥의 게릴라 전략을 구사했다. 개전 전야인 지난달 26일에 화웨이 상품불매에 동참한 캐나다에 육류수입 전면금지라는 폭탄을 투하하여 주변을 묶었다. 일본은 중일국교정상화 40주년을 핑계로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핵심전력을 무력화시켰고 한국은 경제압박카드로 사지를 묶었다. 결전을 앞둔 22일에는 시진핑이 북한을 직접 방문하여 김정은에게 역할을 주문했다. 이는 트럼프가 회초리카드로 북한을 공격하여 중국 전력을 분산시키지 못하도록 만드는 만천과해의 전략이다. 그러고는 DMZ 번개팅이라는 포전인옥 전략을 구사하여 트럼프를 유인했다. 중국의 전략은 명료하다. 아직 미국에 대항하며 정면으로 맞설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마오쩌둥식의 게릴라 전략이 적격이다.

실타래처럼 복잡한 권력구조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행인 것은 그냥 방치하면 약육강식의 아비규환이 되어 전멸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나서면 모두에게 이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을 만드는 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고 다음 세계질서를 주도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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