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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딜레마: 민주와 반역, 자유와 범법 사이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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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사태에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 홍콩시민들의 안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내심 G2로 부상한 중국과 중국 공산당이 민주화 시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궁금하다. 1989년 6월 톈안먼사태의 불씨가 살아나는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의 일국양제 약속이 지켜지는지, 홍콩에서 시작된 민주화 움직임이 사회주의 중국을 흔들 수 있을지, 더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중국이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중국 정부도 홍콩사태의 처리에 신중하다. 올해가 건국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오는 10월 대규모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켜보는 세계의 눈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정부는 이번 사태가 홍콩인들이 가진 불편의 문제인가 중국에 대한 불만의 문제인가와 관련하여 진의를 파악하려는 눈치다. 홍콩사태가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라면 민주화 요구이든 자유에 대한 갈망이든 홍콩행정청이 대응하겠지만 사회주의 중국정부에 대한 부정이나 영국에 대한 향수문제라면 반역과 범법이 되어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다.

사실 홍콩사태는 주민들의 인식문제다. 반환 이후 홍콩을 부와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여기는 부류와 아편전쟁의 치욕을 가진 상흔이라고 여기는 부류로 나눠졌다. 홍콩인과 중국인으로 분열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침묵하는 다수는 중립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홍콩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더라도 당장 해결하는 것보다는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중립적인 다수를 자극하여 반중국시위대의 편에 서게할 필요가 없다. 홍콩반환시 거론된 50년 자치나 일국양제의 약속은 중국 내의 문제일 뿐이다. 홍콩이 중국이라는 점과 홍콩인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

한편으로 홍콩사태는 중국정부의 국민관리 능력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중국정부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군사개입을 할 것이라는 엄포는 말 그대로 눈속임이다. 이미 중국정부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서 시위대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일상에서의 교통신호위반부터 250만 신장위구르인에 대한 감시통제망 구축이 이를 말해준다.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조차 지문인식에서 안면인식까지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위에 참가한 200만 홍콩인 정도는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하고 시위대에 섞인 외국인들도 선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홍콩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성동격서 전략이다. 홍콩사태를 빌미로 더 심각한 문제인 신장위구르 지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신장은 홍콩과 달리 현실적인 경제문제와 종교문제로 얽혀있다.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중국정부가 관리하고 있는데 대한 지역의 불만이 높고 중앙아시아, 중동지역의 이슬람권과 연결되어 있어서 폭발위험이 높다. 중국정부의 긴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시행되는 10가구프로그램이다. 10가구를 한팀으로 조직하여 테러를 상호감시하는 반테러주민조직이다. 소속된 반테러단원들은 큰 막대기나 호각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테러가 발생하는 즉시 알리고 필요할 경우 막대기로 공격하는 매뉴얼까지 준비하고 있다. 테러범들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며 유효한 타격방법까지 명시하고 있다.

홍콩인이 아니라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홍콩반환은 빼앗긴 영토를 되찾은 수복이다. 이를 민주화 과정으로 보는 것은 시진핑 중국정부에 대한 이해부족의 소치다. 과거 홍콩을 기억하거나 중국의 시장경제를 보고 중국민주화를 기대하는 것은 심각한 착오다.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 중국과 수 천년 왕조체제의 경험을 동종교배시켜 중국특색모델을 만드는 중이다. 전면에 사회주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신중국성립 70주년 기념식 준비에 열광하는 베이징을 보면 홍콩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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