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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달나라 토끼를 잡다

영남일보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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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벽두, 14억 중국인을 열광시킨 최고의 이벤트는 달 탐사선 ‘창어4호’가 달의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1월3일 오전 10시26분, 탐사로봇 위투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 중계되자 전 중국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 “미국인이 감히 시도도 못 한 일을 우리 중국인이 해냈다”는 등 자부심 가득한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그동안 숨겨두었던 중국인들의 속내가 드러났다. “달을 가지고 싶다.”

달은 수천 년 중국인의 꿈이었다.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하늘나라로 간 천재시인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에 그 간절함이 가득하다. 달은 함께 춤도 추고 마음도 나눌 수 있는 술친구였고, 속세와 내세를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그런 달나라에 창어4호가 첫발을 디뎠다. 그것도 인류가 한 번도 보지도, 가보지도 못했던 달의 뒷면을 밟은 것이다. 이번 달 탐사에 참가한 우주선과 장비들의 이름을 보자. ‘창어’는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 먹고 선녀가 되었다는 전설상 상아(嫦娥)의 중국식 발음이다. 달 반대편을 연결해준 위성 ‘췌차오’는 칠월칠석날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이고, 탐사로봇 ‘위투’는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玉兎·옥토끼)다. 수 천년 전설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다.

중국의 우주굴기는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창어공정 과정에서 확보한 우주기술이다. 우주기술의 핵심은 우주선과 위성의 발사기술, 운용능력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9년 신년사에서 창어4호의 성공적 발사와 베이더우(北斗·북두)의 글로벌 서비스의 시작을 언급한 것은 바로 우주기술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주기술의 확보는 군사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베이더우는 중국판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이다. 베이더우의 운용으로 중국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모든 곳의 위치, 방향, 시간 정보를 알고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위성항법 시스템 사무국의 설명에 따르면 베이더우 시스템의 위치 정확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오차 5m 이내, 그 밖의 지역은 오차 10m 이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아시아지역에서는 미국의 위성항법 시스템인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연합의 갈릴레오보다 더 정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성의 운용과 유지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이 독자적인 위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가 있다. 위성항법 시스템은 말 그대로 세상을 보는 전지전능한 ‘신의 눈’이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넘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정밀한 위치, 방향, 시간 정보를 알고 제공할 수 있다. 제공된 정보는 교통·물류·통신·무기체계 등 국가의 운용과 심지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 GPS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선박 및 항공기, 차량, 유도미사일, 드론 등 움직이는 모든 설비를 운용한다. 생활에서도 토목설계, 무인차량,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증강현실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운용된다. 항법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운용국이 고의로 조작을 하게 되면 사회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은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를 준비한 것이다. 베이더우의 운용으로 중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가진 셈이고, 경제적으로도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과 자동차들이 미국기술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향후 14억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는 다국적 스마트폰 기업을 비롯하여 중국이 건설하는 일대일로를 달리는 모든 열차와 차량도 베이더우를 장착해야 할 것이고, 중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움직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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